#302 그림을 걷게 한 아이
그림을 걷게 한 아이

하루는 스승님이 청풍이라는 13살 아이에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을 미리 알려줬어. 그리고는 다음 날 백학명 선생님이 월명암에서 오자, 스승님은 방아를 찧고 있는 청풍이를 가리키며
'저 아이가 진리를 깨달아가는 것 같다'고 말했지.
백학명 선생님은 청풍이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
'움직이지 않고 진리가 뭔지 설명할 수 있겠니?'라고 물어봤어. 그러자 청풍이는 방아 찧는 절구공이를 하늘로 들어올린 채 가만히 있었어. 이걸 본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고, 청풍이도 따라 들어갔지.
방 안에서 선생님은
'저기 벽에 걸린 달마 그림이 보이지? 저 달마를 걷게 할 수 있니?'라고 물었어. 청풍이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는 그림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갔어.
이해 돼? 움직이지 않고 설명하라니까 멈추는 행동을 보여주고, 벽에 걸린 그림을 걷게 할 수 있냐니까 자기가 움직여서 그림이 다가오는 것처럼 한 거야. 선생님은 무릎을 치며 13살 아이의 깨달음을 인정했지.
그런데 누군가 미리 알려준 걸 달달 외워서 알맞는 대답을 하면 그걸 정말 깨달았다고 할 수 있을까? 스승님은 오히려 이런 식으로는 깨달음을 판단할 수 없다고 했어.
한번 생각해 볼까?
이 이야기의 핵심은 진정한 깨달음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. 마치 수수께끼를 풀 때처럼, 때로는 직접적인 대답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현명할 수 있어. 하지만 스승님은 앞으로는 이런 수수께끼 같은 방식으로 깨달음을 판단하지 않겠다고 하셨어. 진정한 깨달음은 더 실제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신 거지.
이 이야기는 을 쉽게 풀어낸 거야.